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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개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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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4 ~ 2024-03-17에 진행된 라크로스 오키나와 오픈, 내가 보기에 이건 인생 마지막 대회였던 것 같다. 아니, 사실은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너무 강한 단서가 나를 괴롭힌다.

사실, 과로를 했던 이후 아직도 몸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대회에 나갔던 차이다. 그래서 마지막날엔 허리통증이 극에 달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날이 마지막이라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오전 경기엔 통증으로 인해 참전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경기가 만족스럽지 않게 끝나 팀원들이 모두 기가 죽어버렸다. 마지막 경기마저 그렇게 찝찝하게 끝나면 절대 안된다. 그런 경험을 팀에서 극복하는덴 몇 년이 걸린다. 그리고 난 그 때 주장이었다. 그래서 결정했다. 이왕 마지막일 수도 있는거, 모든 것을 불태우기로 했다. 가방에 있던 진통제를 다 털어먹고 몸을 인정사정 없이 제대로 풀었다. 그런데 마지막 경기 직전의 슛업(슈팅을 실제로 받아내는 웜업) 과정에서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골절됐다. 뼈나 인대가 나간 것은 확실한데, 난 이미 아드레날린에 쩔어 있었다. 툴툴 털고 마지막 경기를 뛰었다.

초반 공세를 막으며 버틴 끝에 경기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결국 5:2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자마자 난 위가 꼬여 드러누워 움직이지 못했다. 물론 그 상황도 이미 다 대비가 되어 있었다. 팀원에게 내 가방의 진경제를 가져다달라고 부탁해서 그 약을 먹고 잠시 후 살아났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병원에 가서 손가락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관절면끼리 부딪히면서 쪼개졌다고 했다. 일단 자기 위치를 아직 벗어나지 않아서 수술은 킵하고 경과 지켜보되, 건이 붙는 자리라서 깁스로 손목까지 고정하고, 꼼짝도 하지 마라고 했다. (근데 그 상태로 경기도 뛰었는데, 원래 안벗어날 골절이 아닌가?)

뭐 여튼 꼼짝도 하지 마라고 하니, 일단 오른손은 팔걸이에 쳐박아 두고 살아보기 시작했다. 문제는, 허리 통증도 다시 엄청 심해졌다는 것이다. 좀 있으니 오른쪽 발 앞꿈치에 석회도 생겼다. 뭐 그건 그냥 아픈거고, 문제는 허리를 못쓰는 와중에 손도 못쓴다는 것이었다. 일단, 운전이 문제였다. 시동, 내비게이션, 변속, 사이드브레이크, 안전밸트 체결부 모두 오른쪽이다. 그래서 며칠간 운전을 못했다. 그러다 허리가 영 안되겠다 싶어서, 태릉쪽에 있는 병원에 가기 위해 방법을 찾았다.

  1. 오른쪽을 바라보고 운전석 사이드에 걸터앉아서 왼손으로 안전밸트를 체결
  2. 시동을 걸고, 내비를 설정
  3. 변속기 변경
  4. 고쳐앉기
  5. 액셀 밟으면 사이드브레이크 풀리는 기능 이용

이렇게 해서 병원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는, 집으로 가기 음성인식으로 네비 설정이 가능하다. 페달은, 발날로 밟았다…

추가로 터치펜과 펜을 붙여서 길이 연장해서 제대로 앉고 나서도 왼손으로 내비게이션 조작 가능하게 해봤다. 근데 터치 감도가 좀 별로라서 결국 허리 써야 해서 실패. 대신 안전밸트 풀 때 이걸로 푸니까 허리 안돌려도 돼서 좀 편해졌다. 시동도 이거로 켜고 끈다.

여튼 병원에서 여느 때처럼 신경차단술을 받았는데... 이번엔 뭔가 해결이 안된다. 계속 아프다. 속도 뒤집어질거같고 그냥 뭐 어떻게 저떻게 시간은 흘려 보낸거같은데...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밥줄...! 오른손 없는 개발자라니? 그와중에 허리 아프다고 조기퇴근 남발?

그래서 일단은 코파일럿을 VIM에 설치했다. 그렇게 어떻게 저떻게 버티다가, 뜬금없는 희소식이 발생했다. 손 치료받던 동네 병원에서, 허리 물리치료도 받고 있는데, 견인치료 중에 갑자기 속에서 뭔가 뚝 하고 뒤틀리는거같더니, 통증이 확 줄어들었다. 아니 뭔 회당 8만원 16만원 하는 주사치료로도 안되던게, 8천원짜리 물리치료로 확 괜찮아다지다니? 그리고 왜 이 간단한 치료는 그동안 아무데서도 안해줬는지?

다만 한가지 문제점은 있는데, "안좋아지면 물리치료 오세요" 하길래 금요일에 신난다! 하고 안가고, 진통제도 안먹었더니 퇴근하는데 또 안좋아졌다. 그래서 다시 약먹고 물리치료를 갔다. 이건 거의 뭐 신장 투석 환자마냥 일일 활동권을 병원에서 끊어와야 하는 듯 하다. 뭐 그래도 방법을 찾은게 어디인가.

여튼 그 몸 상태 좋아진 그날, 너무 신나서 코드를 5천줄 넘게 썼다. 코파일럿과의 합도 잘 맞아지고, 완전 날아갈거같았다. 마침 지금 개발하는게 프로토콜쪽이라서 노가다성이 짙은데, 코파일럿이 너무 좋아한다. 특기분야인 듯 하다. Private repo 접근 권한 안주고, 회사가 아닌 개인 계정으로 결제해서 기능에 한계는 있겠지만, 일단 초반에 시범으로 좀 짜주고 나면, 이후부터는 척척 추천해준다. 게다가, Rust랑 궁합도 좋다. 컴파일러가 strict할수록 코파일럿이 삽질했을 때 더 잘 잡아줄 것이기 때문일 듯 하다. 코파일럿은 언어를 이해하기보다, 단순히 이런 케이스의 코드가 어떻게 짜여졌는지에 대한 패턴을 학습하는 듯 하다. 그래서 예시로 짜주지 않은 형태는 스스로 유추하지 못한다. 아직 그냥 코더이다. 내 밥그릇은 아직 남아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