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의 제1임무는 슛을 막는 것이다. 다른 모든 것들은, 세이브가 가능해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럼, 어떻게 세이브를 할까?
세이브 동작의 기본
세이브는 기본적으로 슛을 막는 것이다. 그럼 슛을 가장 잘 막을 수 있는 유리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걸 알아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슈팅의 속성을 알아야 한다.
슈팅은, 슈터의 스틱헤드로부터 시작되어 골대를 향한다. 시작점은 면적이 0인 하나의 점이고, 골대는 가로 세로 180cm의 면적을 가진 평면이다. 그렇다면, 슛이 시작되었을 때, 골대에서 막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슈터의 스틱 헤드 가까이서 막는 것이 좋을까? 쉽다. 슈터의 스틱과 가까워야 더 유리하다. 그렇다면, 슈터의 스틱과 더 가까이서 세이브를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익히 들었던 그 동작. 펀치다. 슈터의 스틱 헤드에서 날아오는 공을 향해 마치 펀치하듯이 팔을 뻗으며 공을 잡는다. 이 때 펀치는 정확한 지점에서 멈출 수 있어야 한다. 목표 지점에 빠르게 도달한 후, 멈춰서 공이 들어오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당연히, 헤드를 보낸 후 공을 낚아채듯 잡으려 하면 안된다. 낚아채는 세이브는 없다. 공이 포켓에 들어온걸 느끼면서 잡아라.
또한 세이브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슛을 향해 최단거리로 스틱 헤드를 이동시켜야 한다. 0.01초까지 중요한 시점에서, 다른 동작을 함께하면 치명적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스틱 헤드는 슛을 향해 직선으로 향해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의 디테일이 있다. 아랫손도 스틱의 움직임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스타일로 세이브를 하는지에 관계없이, 아랫손도 스틱 헤드가 움직이는데 힘을 보태줘야 한다. 그래야 스틱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또한, 중간에 망설이지 않아야 한다. 골리는 모든 슛을 세이브하는 사람이 아니다. 좀 더 많은 슛을 막으려는 사람이다. 본전은 골을 허용하는 것이고, 세이브는 골을 넣은 것과 같다고 생각해야 한다. 슈터가 골대 안을 못맞출까봐 슛을 하지 않는다면, 그 슈터는 쓸모가 있을까? 골대를 못맞추고 턴오버가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도 슛을 하는게 슈터이다. 슈터는 골을 넣으면 신바람이 나고, 슛이 골대를 벗어나면, 그저 체이스를 시도하고 다시 시도할 뿐이다. 골리도 같다. 슈터와의 승부에서 세이브를 시도하고, 실패하면 다음을 준비할 뿐이다. 망설이지 말고 한판 승부 시원하게 하고, 다음을 준비하라.
다음으로, 골리의 몸은 스틱으로 공을 막지 못하더라도 그 뒤에서 공을 한 번 더 막을 수 있도록 스틱이 가는 곳으로 함께 따라가야 한다. 이것을 스텝투볼이라 한다. 하지만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몸을 보내며 스틱을 뻗는 것이 아니라, 스틱을 뻗어서 몸이 딸려가야 한다. 마치 다이빙을 할 때 손을 먼저 뻗듯이 말이다. 왜냐하면, 몸과 스틱을 함께 보내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스틱이 빠르게 목적 지점으로 도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따라오는걸 기다려 주느라 스피드가 죽기 때문이다. 스틱을 먼저 보내고 그 방향으로 머리만 함께 기울어 있다면 몸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단, 잊으면 안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하체 및 코어에 파워와 안정성이 없으면 헤드를 제아무리 빨리 보내더라도 몸이 딸려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헤드를 빠르게 보내면서 몸통에 가해지는 반작용을 버텨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걸 버티지 못하면 에너지가 세어나가거나 몸통이 회전해 버린다.
나 또한 스틱과 몸을 함께 보내야 한다는 오개념 때문에 꽤나 긴 기간 동안 세이브율이 정체되어 고생했다. 뭔가 잘 안돼서 “아, 맞다. 스텝투볼!” 하고 그걸 개선하려 하면 더더욱 골을 많이 허용하는 악순환이었다.
마지막으로, 항상 공을 끝까지 눈으로 따라가야 한다. 공을 시선에서 풀어주는 시점은, 내 포켓 안으로 공이 들어왔다는 것이 확정되는 순간 뿐이다. 눈으로 따라가며, 머리도 함께 공을 향해주면, 스텝투볼이 자동으로 될 것이다.
세이브 스타일
세이브를 하는 스타일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이중 하나는 아주 구식 방법으로 요즘은 잘 쓰이지 않는다. 따라서 요즘 쓰이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하겠다.
직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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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방법 대로 스틱을 목적 지점으로 회전시키며 움직이되, 몸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스틱 헤드의 경로를 직선으로 맞추는 방법이다. 여기서, 다시 언급한다. 스틱 헤드를 목적지점으로 보내는 것에 더해, 아랫손을 이용해서 헤드의 움직임에 속도를 더 붙여줘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윗팔의 힘만으로는 충분한 속도를 낼 수 없다. 아랫손이 스틱을 함께 당겨준다면 헤드는 더 빠르게 목적 지점으로 향할 수 있다.
Push & Push m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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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션은 Ted Bergman이라는 코치가 고안해낸 방법이다. 실제로 많은 장점이 있는 자세이다. 스틱 헤드를 공을 향헤 직선으로 보내는데 더해, 오른손과 왼손이 동시에 같은 방향을 향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세이브를 할 때 스틱이 보통 가로로 눕는다. 기존 방법의 경우 윗손은 미는 방향으로, 아랫손은 당기는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반해, 이 움직임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마치 다이빙을 하는 듯한 모션이 자연스럽게 나오며, 하체와 코어의 힘까지 끌어와서 쓸 수 있다. 전신의 에너지를 다 끌어와서 세이브에 집중시키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리마인드한다. 아랫손도 목적 지점으로 스틱을 빠르게 보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도록 하라.
무엇을 이용해야 하나
그렇다면, 더 최신인 Push & Push motion을 이용해야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각자에게 더 맞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Jake 선수의 경우 1번 보다도 더 전통적인 방법으로 충분한 세이브를 한다. 한국 여자대표팀의 성장을 함께하며 뒤에서 든든하게 골문을 지켜주던 전설적인 골리인 조유리 선수의 경우 1번을 사용한다. 그리고 일본의 골리들 또한 대부분 1번을 사용한다. 나 또한 1번을 사용한다. 그럼 2번은 누가 사용하냐고? 미국의 Ted Bergman 코치에게 배움을 얻은 분들이리라 생각된다.
그럼 1번이 가장 무난하니 1번만 해봐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해보지도 않고 섵부른 판단을 하지 않길 바란다. 난 2번을 해보고 싶었고 실제로 2번으로 넘어가기 위해 연습을 하고 있었지만, 몸이 이를 받아들여주지 않는걸 깨닫고 포기한 케이스이다. 허리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해봤을 때, 분명 장점이 있었다. 이에 더해, 처음부터 스틱을 머리 옆에 가로로 눕힌 자세로 시작해 보기도 했다. 기존 방법에 익숙한 사람들은 자세가 이상하다며 훈수를 뒀지만, 실제로는 아래쪽 샷을 막는데 유리했다. 눈치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추어나가길 바란다. 혹시 모른다. 라크로스 골리계의 배면뛰기가 나올 수도 있다(배면뛰기는 높이뛰기 기술이다. 기존에 앞으로 넘거나 가위뛰기를 하던 시대에, 발상을 바꿔서 등으로 바를 타고넘도록 개발되었고, 이전의 방법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으로 기록이 좋아졌다)
각 방법의 장단점은 표로 정리해 보겠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마라. 직접 개발해도 좋다. 그것이 틀리더라도, 그걸 개발하는 과정에서 알아낸 세이브의 원리는 앞으로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 구분 | 직선형 | Push & Push | 이유 |
|---|---|---|---|
| 에너지 소비 | 적음 | 많음 | 직선형이라 해도, 결국 회전 동작의 일종. 이건 상체만으로 할 수 있지만, Push & Push는 온몸이 함께해야 함 |
| 공에 대한 집중력 | 유리 | 불리 | 기존 방법은 다른 신체 분절의 움직임이 전체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유리 |
| 포지셔닝(정면 바라보기) | 불리 | 유리 | 스틱에 회전 동작이 들어가게 되면 몸이 함께 회전하려 하기 때문. |
| 잠김 현상 | 있음 | 없음 | 스틱을 회전시키면 그 각도에 따라 간혹 팔의 움직임이 잠길 수 있음. |
| 공을 향한 헤드의 속도 | 유리 혹은 비슷 | 불리 혹은 비슷 | Push & Push를 하게 되면, 스틱 전체를 통째로 옴직이기 때문에 스틱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해야 함. 회전을 시키는 경우,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덜해 헤드의 속도가 빨라짐. 하지만, 팔의 힘이 약한 사람의 경우, Push & Push를 했을 때, 하체의 힘을 끌어다 쓸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속도가 더 잘 날 수도 있음. 게다가 요즘은 스틱 섀프트의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 |
8가지 방향을 막기 위한 자세
방향엔 8가지가 있지만, 옆 방향으로는 Stick side와 Middle, Off-stick side로 나눈다. Stick side는 골리가 스틱을 든 방향을 가리키며, Off-stick side는 골리가 스틱을 쥔 쪽의 반대쪽을 의미한다. Middle은 골리의 몸쪽을 뜻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Stick side는 골리에게 더 유리하다. 반대로 Off-stick side는 골리에게 부담이다. 스틱 헤드를 이동시켜야 하는 거리가 더 길 뿐만 아니라, 허리 높이의 경우, 위로 돌릴 지, 아래로 돌릴 지 선택지가 나뉘어버려서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위아래 방향으로는 High, Hip, Low로 나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Bound가 있다. High는 위쪽, Hip은 허리 및 엉덩이 높이, Low는 아랫 방향, 그리고 Bound는 바닥에 튀긴 공을 뜻한다. 그럼 지금부터 각 방향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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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ck side High, Hip, Middle High, Off-stick High
기본적으로 이 부분들은 필드와 별 다를게 없다. 펀치하여 슈터의 슛을 잡아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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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ck side, Middle Low, Off-stick Low
낮은 공은 특별하다. 스틱에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골리의 눈과도 가장 멀기 때문이다. 반대로 슈터는 낮은 슛을 했을 때, 좀 벗어나더라도 바닥에 튀기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하다. 여기서 기억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했을 때 가장 유리한지이다. 아까 설명했듯이, 볼과 가까워져야 한다. 낮게 오는 공이 바닥에 튀거나, 골리에게 도착하기 전에, 나가서 잡아먹어야 한다. 낮은 공보다도 더 어려운 Bound가 되기 전에 승부를 끝내는게 좋다.
이때, 스틱 헤드만 내리고는 공을 눈에서 떼는 경우가 많다. 그럼 안 된다. 스틱 헤드와 함께 골리의 눈도 항상 공을 향해 바라보고 있어야 하고, 머리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 머리가 가면 몸은 따라온다. 말의 고삐만 가지고 말의 온몸을 통제할 수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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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stick side Hip
과거 스틱을 회전시키며 세이브를 하던 시절엔 이곳을 향해 어느 방향으로 스틱을 돌릴 것인가는 희대의 난제였다. 인체의 구조 상 위쪽으로 돌리면 거리상 가깝지만, 허리를 옆으로 많이 구부려야 하고, 반대로 아래를 통해 가면 거리가 멀기 때문에 엄청난 파워로 빠르게 스틱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슛을 향해 스틱 헤드를 직선으로 보내야 한다는 개념이 생긴 이후부터 이것은 더이상 난제가 아니다. 어디를 통해 가던지 간에 직선으로 가면 그만이다. 위쪽이 더 편한 상태라면 위쪽을 통해, 아래쪽이 더 편한 상태라면 아래쪽을 통해 스틱 헤드를 슛으로 향하도록 하면 된다. 결정했다면 그냥 실행하고 끝까지 한다. 그것이 맞는지 판단하려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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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nd
공을 끝까지 눈으로 따라가야 하는 이유이다. 공이 바닥에 닿는 순간, 공에 걸린 회전, 슈터가 슛을 쏜 높이, 바닥의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 따라서, Low로 오는 것처럼 스틱으로 최대한 바운드 지점까지 가까이 가서 바운드 자체를 최대한 막되, 이후 튀어오르는 공을 끝까지 눈과 헤드로 따라가야 한다. 물론 기억하라. 이전 동작을 끝내고 다음을 이어하는 것이지, 중간에 수정하는 것이 아니다. 빠르게 2번 시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