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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로스 골리 - 부록2) 국제대회에서 만나는 상대팀은 어떤 상대일까

Tags = [ lacrosse ]

한국에서 훈련할 때, 한가지 논리적으로 타당한 불안이 엄습하게 된다. ‘난 한국의 슛을 막으려고 훈련하는게 아닌데, 한국 슈터들의 슛을 막고 수를 읽는 것이 실제로 대회에 가서는 안 통하는게 아닐까?’ 왜 이렇게 구체적인 예시를 드는지 궁금할 것이다. 맞다. 이건 내가 했던 생각이다. 아무리 우리팀 선수들의 슛을 잘 막아도, 대회에서는 만나본 적 없는 팀을 상대해야 한다. 그들이 어떻게 슛을 쏘는지, 그들이 내 수싸움에 어떻게 반응할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이에 대한 불안을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팀에 관계없이 통할 방법으로 훈련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난 이 생각 때문에 처음엔 수싸움같은 것들보다는 공을 보고 반응하며 막는 것을 연습하는데 집중했다. 예측하려는 본능을 꾹 참으며 예측을 철저히 배제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무엇이 팀과 관계없이 통하는 방법인지 확신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실제로 상대해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럼 그때까지 이 막연한 불안을 감내해야 할까? 아니다. 인간에게는 간접 경험이라는 기술이 있다. 간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상대해 봤던 국가들의 특징을 대략적으로 소개해 보겠다. 단, 기억하라. 막연한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이 부록을 준비한 것이다. 실제 경기는 기본적으로 원리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기준과 원칙을 세워서 임해야 한다.

일본 - 상위권, 동양 체격

일본은 확실할 때 슛을 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 골리의 포지셔닝이나 자세가 무너지는 그 시점을 노린다. 따라서 공략 사이드가 크게 바뀐다던가, 수비수가 마킹하지 못해 놓친 공격수로 인해 기회가 만들어졌을 때 대부분 슈팅을 한다.

골리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쏘기 때문에, 공에 집중하고 골대 앞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집중력을 흐릴 수 있는 움직임을 최소화해서 공에 집중하는게 좋다. 수싸움 또한 더 티 안나고 섬세하고 교묘하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애초에 슛이 올 상황을 안 만드는 것이 좋다.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그렇다고 세이브를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반응속도, 신체의 스피드, 멘탈/집중력 모두 잘 준비해 가야 한다. 이에 더해, 멘탈이 좋아야 한다. 확실할 때 쏘기 때문에 평소보다 세이브율이 낮게 나오는데, 멘붕하지 마라. 그저 한 번 한 번 몰입하고, 상황이 종료되면 시원하게 잊어라.

홍콩, 대만, 중국 등 - 중, 하위권, 동양 체격

여러 국가지만, 한 그룹으로 묶었다. 비슷하기 때문이다. 같은 동양인 체격이더라도, 수준에 따라 슈팅 스타일과 수싸움에 대한 반응이 다른데, 이들은 한국과 비슷한 팀들이다. 훼이크가 잘 없고, 한국에서 연습하던 대로 했을 때 잘 된다.

💡 홍콩의 경우, 최근 오키나와에서 봤을 때 슛 파워가 정말 많이 증가했다. 또한 키가 정말 큰 흑인 선수가 있는데 가까이 가지 않는걸 추천한다. 위에서 빈 공간을 다 보고 꽂아넣는다.

노르웨이, 핀란드, 네덜란드 등 - 중, 하위권, 서양 체격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붙어볼 만한 팀들이 꽤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역시나 비슷하다. 수싸움이 잘 통한다. 하지만 다른 부분이 있다. 체격이 크다는 것이다. 수비수가 붙어 있어도 슛을 할 수 있으며, 힘으로 때린다. 따라서 언제 슈팅을 할 지 모르니 항상 준비된 자세를 유지하라.

또한 키가 크기 때문에 섵불리 다가가면 머리 위로 빈 공간을 허용하게 된다. 따라서 포지셔닝 시 섵불리 앞으로 나서기보다는 반원 안에 있는게 좋다. 물론, 이들이 그라운드볼을 하는 등 눈높이가 낮아진 경우라면 다가가서 잡아먹어도 좋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도 키가 작은 선수들은 있을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상대팀에 구애받지 말고 항상 자신만의 기준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걸 잊지 마라. 국가별 특징은 단순히 독자들의 막연한 공포와 불안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캐나다, 이스라엘 - 상위권, 서양 체격

캐나다같은 경우 2015년 U19 월드컵에서 만나본 것이 전부이다. 사실상 그냥 한 시간 짜리 슛업을 한 것 같았다. 힘좋고 거대한 슈터들이 쏠 곳을 정확하게 노리며 쏘는 슈팅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미래에 이들과 맞붙을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나름의 가설로는, 역시나 기본적인 원리에 입각한 자신만의 기준과 원칙을 활용하면 충분히 즐거운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스라엘의 경우 생각보다 종종 붙게 된다. 한국보다 훨씬 잘하는 팀이긴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자주 붙게 되는 위치에 있는 듯 하다. 이들은 캐나다보다는 덜 막막하지만, 여전히 저 위 어딘가에 있는 팀이다. 첫 경기에 만나서 수준높은 Non-passport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이 없을 때, 초반에 한동안 생각보다 접전이었던 적이 있지만, 전세는 역시 곧 한쪽으로 기울었다. 이스라엘 선수들의 경우 미국에서 많이 넘어간다. 따라서 슈터의 수준은 캐나다, 미국 등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단, 캐나다나 미국 대표팀보다는 덜하다. 각자의 국가에게서 기회를 얻은 미국의 선수들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Non-passport 선수들과 비슷하다. 단지 Passport 선수들의 수준도 높을 뿐이다. 미국에 살지만 이스라엘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던가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국가를 불문하고 통하는 방법

이제 국가별 특징에 대해서는 대충 알겠다. 그럼, 국가에 관계없이, 무엇이 통할까? 이것을 공략한다면, 같은 시간 동안 훈련을 하더라도, 그 효과는 배로 늘어날 것이다.

먼저, 유전적 요인과 체격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체격에 대한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 보겠다. 2015년 U19 월드컵에서 핀란드 팀이 아주 거대한 골리를 데려왔다. 말그대로 정말 거대했다. 살 때문에 아래쪽으로 스틱을 내리지도 못하고, 아래쪽 공은 눈으로 보지도 못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통산 세이브율은 45% 근처로 나왔다. 발목쪽으로 슛을 하면 된다는 파훼법은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이 거대한 골리는 슈터를 향해 한 발만 앞으로 가면, 그 슈터는 골대가 어디있는지 조차 전혀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격이나 유전에 대한 이야기를 꺼린다. 다른 이야기로 희망을 주려 한다. 의사의 선의의 거짓말같은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현실을 빠르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거기서 앞으로의 발전을 논할 수 있다. 받아들여라. 체격이나 유전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만약 그것들이 좀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그 현실에 무너지지 마라. 다른 본인만의 무기를 갈고닦을 생각을 하라. 완벽한 포지셔닝, 적극적인 수비 가담, 수싸움 등을 통해 약점을 가리고 강점을 무기로 상대를 제압하라. 언급했던 선수인 Megan Taylor 또한, 불리한 체격을 가진 골리이다. 평균키가 큰 미국에서, 키가 160cm(5’3”)밖에 안된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슛에 반응하며 세이브하는 능력을 날카롭게 갈고닦았다. 그 결과로 그렇게 쟁쟁한 미국 대학 선수들 사이에서 탑을 찍은 것이다. 이처럼, 또 한 명의 Megan Taylor가 되어라.

이제, 모두가 예상했던 답을 마저 언급하겠다. 기본 세이브 자세 및 패스캐치 능력, 반응속도, 신체의 스피드, 멘탈, 집중력, 포지셔닝. 모두 이 시리즈에서 강조한 것들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결국 돌고 돌아 기본을 향한다. 기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오늘 연습을 좀 해야겠는데 뭘 할지 막막하거나 장소가 여의치 않다면, 일단 그냥 기본기 연습을 하라. 월볼을 하고, 세이브 자세를 수없이 반복하라.

수싸움의 경우 국가별로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통한다. 한쪽 사이드를 “조금” 내어주게 되면, 실제로 내어준 사이드로 올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내가 수싸움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쪽 사이드를 조금만 내어주고, 그쪽으로 올 가능성이 좀 더 높다는 것만 기억하고 평소대로 세이브를 하라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수읽기에 대한 설명도, 여러 국가들을 상대해 보면서 얻은 결론이다. 따라서, 만나보지 않은 상대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접어두고, 그저 본인이 하는 훈련에 집중하도록 하라.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고, 자신이 들인 노력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