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요즘 건강 문제로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집중력을 회복한 지금, 살아온 길을 한 번 정리할 시간이 되었다. 아주 파란만장하지는 않지만,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 왔다. 이동이 잦아서 여러 세상들을 보고 자랐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도 많이 다르다.
전 여자라크로스 대표팀 감독님은 나에게 한 번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난 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어”. 그럴 만 하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그냥 “저도요” 하고 말았다. 난 할 만한 말이 많지 않다보니, 소위 “개소리"를 많이 한다. 영양가 없는, 장난에 가까운, 뜻없고 과장된, 실없는 헛소리들 말이다.
이동이 잦은 삶을 살았고, 어디를 가도 이방인인 삶이었다. 특유의 폐쇄적인 성격은, 그 여러 세계들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관찰케 하였다. 삶의 흐름이 다르다 보니, 사람들에게는 잘 말하지 않게 되었다. 남들도 다들 이미 많은 일들을 겪었고, 자신들의 세계관이 존재한다. 게다가 조금은 어두운 이야기도 섞여 있기 때문에, 밝은 친구들에게 그런 세상 이야기를 하기도 좀 부담스럽다. 딱히 알아도 도움이 안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생각보다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 내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주구장창 길게 늘어놓는 것은 타인에게 피로로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회고를 할 땐 누군가에게 말로 털기보다는 혼자서 글을 쓴다. 글을 쓰면 생각을 정리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난 지금도 초등학교 4학년 중간고사 때 사회 과목 시험에서 주관식 문항의 답인 등고선이 기억나지 않아서 고민 끝에 고등선이라는 답을 제출한걸 기억하고 있다. 아 물론, 분했기 때문에 기억하는거다. 걷지도 못하던 아기 때 어머니가 나를 어떤 자세로 업었는지도 기억한다. 물론, 불편하게 업어서 기억하는거다. 초등학교 시절에 놀러 다니던 강가의 식당 이름도 기억한다. 솔밭가든, 신장가든. 솔밭가든쪽이 수심이 더 깊어서 놀기 좋았다. 장기기억에 남기만 하면 꽤나 생생하게 오래 기억하는 편이다. 대학교 교양 심리학 과제로 인생곡선을 그려오라고 했는데, 64개의 사건에 대한 곡선을 그려갔다.
기억하는게 많은 바람에, 글을 쓰면 많이 길어지는 편이다. 난 항상 글을 쭉쭉 써내려간 후, 요약하고 지우고 재배치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다행히도 대학교 글쓰기 수업에서 개요를 작성해서 뼈대를 세우고 글을 쓰는 등의 잡기술을 얻어서, 이런 식으로 삽질하는 시간은 좀 줄어들었다.
이번엔 회고를 공개하게 되었다. 이 블로그는 배설하듯 글을 쓰는 공간이다. 남의 피드를 차지해서 강제적으로 눈앞에 나타나는 그런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그런 공간에 걸맞게,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갈 것이다. 사실, 이렇게 써놓고 실제로는 고쳐써야 했다. 처음엔 쭉 이어서 썼다가, 너무 길어서 10편으로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