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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하는 블로그

회고록 - 10. 미래

Tags = [ memoir ]

퀄리파이어에 대한 걱정은 산더미지만, 지금 난 나름 행복하다. 한국의 골문을 지킬 후배들이 4명이나 나타났다. 덕분에 난 은퇴 다음의 스텝을 고민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 난 내가 나이가 더 많고, 이미 더 성공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오키나와 오픈을 시작으로, 대회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퇴사까지 감행하는 수준의 열정있는 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열정에 대한 보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지금은 없다. 그들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 사실 그들이 퇴사할 때 나도 퇴사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몸이 맛이 가고 있는 지금, 은퇴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고, 은퇴 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했다.

꽤 많은 동료들은 지금 사회로 나오기 위해 알을 까는 시기에 있다. 불경기라서 계속 눈에 밟힌다. 나에게 이들을 지원하고 끌어줄 수 있는 더 큰 힘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난 그런 역경들을 좀 일찍 맞이해서 괜찮은 경제 사이클 위에서 나름의 연착륙을 했지만, 이들은 지금 불경기 사이클 위에서 겪고 있다. 물론 모두들 강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이고, 충분히 이겨낼 사람들이다.

사회의 성인으로 성장하고 독립해서 자리를 잡기 위해 필히 수반되는 일들은 언제나 더럽게 힘들고, 불안하고, 자존심이 상하고, 우울한걸 알기에 좀 측은하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건 그저 그들이 안정될 때까지 믿고 기다리면서, 말하고자 하는걸 듣고, 말하기 싫은걸 묻지 않으며,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능력껏 돕는 것 뿐이다. 마치 내가 대학교 생활을 버텨낼 수 있도록 도와줬던 수많은 사람들처럼 말이다.

난 지금 가진건 별로 없지만, 어차피 라크로스에 인생을 빼앗긴 김에, 살면서 할 수 있는 최대를 해보고 싶다. 빼앗긴 인생이라도, 그 인생이 의미를 가지면 그만 아닌가. 그 의미를 준게 지금 동료들이다. 내가 가진걸 이용해서 내가 원하는 세상을 사고 싶다. 인간은 죽지만, 세상은 남는다. 내가 원하는 세상을 사려면 가진 것이 많아야 한다. 그러려면 많이 가져야 한다. 어떻게 많이 가질 수 있는지는, 머리로는 대충 안다. 이룰 줄 몰라서 문제일 뿐. 일단 월급쟁이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뭐, 그건 나중에 가서 생각할 예정이다. 지름길따윈 없다. 지금은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 일단은 후배들의 열정을 사는 일을 시도중이다. 물론 선택은 후배의 몫이지만, 약간의 염원과 기대를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