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고 소감문을 쓰다가 언급한 그 블랙스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해로운 사람. 그것을 난 블랙스완으로 묘사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 줄은 모르지만, 걸리면 꽤나 큰 타격을 입는, 그것이 블랙스완이다. 그럼 그 해로운 사람은 도대체 무엇일까? 나랑 안 맞는 사람일까? 아니다. 안 맞는건 그냥 안 맞는거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안 맞다는 것을 확인하였음에도 그 사람이 해로운 사람 축에 속하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나쁘지 않다. 아무리 사이가 나빠도 이 정도가 최저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난 Taker적 성향을 가진 사람을 해롭다고 여긴다. 심리학에서 나오는 개념이었는데, 쉽게 말하면 기업가도, 사업가도 아닌 장사치를 뜻한다. 그 장사치적 성향이 일상에도 발현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Taker다. 조금이라도 더 얻어가려는 사람. 조금이라도 덜 내주는걸 고민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눈치를 살살 보며, 먹잇감이 될 Giver를 찾아다닌다. Matcher는 계산이 빨라서 다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Taker들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 알을 재빨리 꺼내는 사람과, 거위를 잡아서 우리에 가두는 사람이다. 전자는 그냥 일상 생활 속에서 접하기 쉽고, 파급력도 약하다. 바가지를 씌우는 장사치 정도의 포지션이다. 하지만 후자에 걸리면 정말 인생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이 블랙스완을 제거하는 것은 삶에서 아주 중요하다.
제거법
평소에 항상 인간으로서 독립성을 유지한다. 의존이 습관이 되면, 그 대가를 받게 되어 있다. 물고기가 낚시바늘에 걸리는 이유는, 그 물고기가 원인모를 횡재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공중에 무방비하게 떠있는, 직접 잡지도 않은 먹잇감을 보고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낚시꾼은 그렇게 의존적 성향을 자극할 미끼를 던져놓고 기다린다. 애초에 의존하지 않으면, 해로운 사람을 쳐내기 쉽다.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행동도 엄격히 한다. “이런 상황이면 이렇게 해도 되네?”가 불가능하도록 하면 그들은 알아서 떨어져나간다.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이다. 맑은 물에 고기가 꼬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너무 청렴하고 빈 틈 없으면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는 말로들 해석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건 물이 맑으면 그 속을 휘젓고 다니며 물을 더럽힐 고기가 꼬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호구잡을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 근처에서 왜인지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면, Taker는 쉽게 떠나간다. 쉬운 타겟을 찾는 것이 그들의 습성이기 때문이다.
탐지법
일반적으로는 탐지를 하기보다는 제거를 해야 한다. 애초에 만만해 보이지 않으면 Taker들은 접근하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에게 힘이 없다면, 처음부터 그들이 접근도 못하게 해야 한다. 탐지를 위해서는 미끼가 필요하기 때문에, 힘없는 사람이 하기엔 쉽진 않다. 그 미끼는 강한 사람들이 해줘야 한다. 따라서 탐지를 할 줄 알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직의 리더들 말이다. 물론 그들도 당장 탐지를 하더라도 행동을 취할 힘까지는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리더가 괴로운 자리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탐지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 힘이 없는건 익스큐즈가 된다. 하지만 모르고 있는 것은 그냥 무능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방법은 간단하다. 바보인 척 하는 것이다. 스스로 미끼가 되는 것이다. 해로운 사람은 항상 자기가 어디까지 선을 넘어도 되는지를 시험한다. 그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그들이 자리를 잡고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전에 조기발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방엔 한계가 있다. 해로운 사람이 이곳을 만만하게 보고 빨리 활개치게 만들어야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따라서, 그들에게 바보처럼 속는 척 하며 지내며 지켜본다. 그들이 방심한 사이, 타인의 눈에도 다 보이기 때문에 신뢰를 빠르게 잃게 된다.
그럼 반대로, 그들이 감히 얼씬도 하지 못하게 강해 보이는 리더가 되는건 어떨까? 애석하게도, 리더가 강해 보이면 Taker는 다른 약한 사람을 찾아내고 교묘하게 숨어버린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덜 괴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그 조직에서 조용히 시간을 쌓을 수록 떼어내기도 어렵게 된다. 그들은 누구에게 신뢰를 얻어야 하는지 잘 안다. 따라서 나중에 그들을 떼어내려면 파벌이 나뉘어서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심하면 그들에게 잡아먹힌 인물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겨, 방어기제를 펼치며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단계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엉뚱한 사람이 악역 포지션에 서버리기도 한다. 그 개판 속에서 리더는 눈이 멀기 쉽다. 그렇게 혼란이 번지기 전에, 리더는 미리 탐지해야 한다.
마무리
뭔가 많이 겪어본 사람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나도 아직 알아가고 있는 단계이다. 나이도 이제야 서른 둘이다. 가소롭다. 게다가 인복이 좋은건지, 아니면 그냥 사람을 많이 안 만나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블랙스완을 겪어본 적은 정말 손에 꼽는다. 어쩌면 또 어디선가 예측하지 못한 블랙스완이 나타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젠 안다. 아니 원래 알았다. 결국 그들의 패배로 끝난다. 지금까지 그래 왔다.
따라서 초조해 하지 말고 그냥 자기 길을 걸으면 그만이다. 유유상종이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만 남는다. 주변 사람에게 원하는 모습이 있다면, 자신이 먼저 그것을 하면 된다. 그리고 그걸 알아주는 사람들과 지내라. 설령 이용당하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괜찮다.
역설적이다. 블랙스완을 제거하며 살아야 하는데, 왜 자신을 이용하는 사람을 가까이 하라는 것인가? 이유는 조금 복잡하다. 의존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관계는 원할 때 그냥 끊어낼 수 있는 관계다. 그 반대가 되어선 안 된다. 아쉬운 관계라는 것은 즉 그곳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곳에서 먼저 베풀다 보면 거기서 블랙스완이 제거되는 때가 올 것이고, 진정한 동료, 혹은 은인들이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