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은 더디고 재택근무 기간만 늘어나는 상황을 더이상 두고볼 수 없어서 병가를 한 달 내게 되었다. 병가 후, 사무실로 완전히 돌아가기로 약속했다. 난 얼마 전 부모님 집에서 나와 디스크 파열 후 사무실 출퇴근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이사했던 내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번에도 회복에 실패하면 그냥 죽어라” 하는, 죽거나 해내거나 모드를 다시 발동했다. 게다가 어머니가 요즘 인생 황금기를 또 맞이하셔서, 낮에 거의 안계시는 바람에 혼자 사는 것과 딱히 다를 것이 없기도 했다.
게다가 부모님 케어를 받으며 억지로 맞춘 리듬은 앞으로 성인으로 살아가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생존에 필수적인 것들을 챙기는 방법을 모르는데, 배고픔을 제 때 느낀다 해서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배고픔을 느껴도 움직일 수가 없어 계속 굶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그 전에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병가의 목적은 사무실로 완전 복귀하는 것이다. 그걸 목표로, 건강 상태에 맞게 중간에 간식을 넣어서 일정표를 짰다. 1주차는 하루에 3끼 먹는 것 외에 아무 목표가 없어서 표에서 생략했다.
| 시간 | 병가 2주차 | 병가 3주차 | 병가 4주차 | 복귀 후 |
|---|---|---|---|---|
| 07:00 - 08:00 | 기상 및 식사 | 기상 및 식사 | 기상 및 식사 | 기상 및 식사 |
| 08:00 - 08:30 | 가벼운 근력 or 휴식(격일) | 근력 or 조깅(격일) | 근력 or 조깅(격일) | 근력 or 조깅(격일) |
| 08:30 - 09:00 | 샤워 | 샤워 | 샤워 | 출근준비 |
| 09:00 - 10:00 | 산책 20분 및 휴식 | 산책 30분 및 휴식 | 산책 40분 및 휴식 | 출근 |
| 10:00 - 13:00 | 간식 및 휴식 | 간식 및 가벼운 활동 | 간식 및 공부 | 간식 및 업무 |
| 13:00 - 14:00 | 식사 및 완전 휴식 | 식사 및 완전 휴식 | 식사 및 완전 휴식 | 식사 및 완전 휴식 |
| 14:00 - 16:30 | 휴식 or 가벼운 활동 | 공부 | 공부 | 업무 |
| 16:30 - 17:00 | 간식 및 휴식 | 간식 및 휴식 | 간식 및 휴식 | 간식 및 휴식 |
| 17:00 - 19:00 | 휴식 or 가벼운 활동 | 가벼운 활동 | 공부 | 업무 |
| 19:00 - 20:00 | 산책 20분 | 산책 30분 | 산책 40분 | 퇴근 |
| 20:00 - 21:00 | 식사 | 식사 | 식사 | 식사 |
| 21:00 - 22:30 | 취침준비 | 가벼운 활동 | 독서 | 취미활동 |
| 22:30 - 23:00 | 취침준비 | 취침준비 | 취침준비 | 취침준비 |
| 23:00 - | 취침 | 취침 | 취침 | 취침 |
복귀 후에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래와 같다.
- 정시 취침, 기상
- 정시 식사
- 간식
- 저녁 시간대 스트레스 제거
- 퇴근 후 회사 컨텍스트를 완전 끊기 위한 활동
병가 1주차의 목표는 완전한 휴식, 하루 3회 적당한 시간에 밥먹기, 그리고 집을 업무와 완전 무관한 공간으로 바꿔버리는 것이다. 먼저 집의 TV에서 컴퓨터 연결을 해제했다. 책상에서 노트북을 이용하도록 말이다. 그리고 그 TV에는 어디서 싸게 업어온 고전게임기를 달았다. 더이상 이 거대한 화면은 일을 하기 위한 화면이 아니라는 자기기만을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몇 판 하고 던져놨다. TV 채널도 좀 돌려 봤는데, 그냥 왠지 시끄럽기만 해서 껐다. 다음으로, 아침에 산책을 나가는 것 이외엔 하루 세 끼 다 챙겨먹고, 아무 계획도 없이 집에 있었다. 카페인도 다시 완전 중단했다. 3-4일 정도는 두통에 고생했다. 잠도 엄청 잤다. 그러고도 밤에 또 쭉 잤다. 병가 직전에 또 고객사의 “해-줘”로 인해 1주일만에 해치운다고 러시를 하는 바람에 허리디스크로 인한 방사통이 있었지만, 약 3개월 동안의 재택근무 기간 동안 꽤나 호전된 것인지, 잠을 못 잘 정도는 아니였다. 많이 잔 만큼 시간은 정말 훅 갔다.
지금은 2주차에 접어들었다. 2주차의 목표는 활동량을 조금씩 늘리고, 회사의 시간표와 비슷하게 리듬을 맞추는 것이다. 1일차엔 산책을 2회로 늘리고, 아침에 근력운동을 아주 살짝 했다. 2일차엔 실수를 했다. 저녁 먹고 다시 산책을 하던 도중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임박해 뜀박질을 하게 되었다. 뛰어진다는 사실 자체에 너무 기분이 들떠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집 앞 산책로를 따라 뛰다 보니, 1km를 뛰어버리고 말았다. 인터벌이라도 뛴 것 같았다. 결국 또 밤에 잠을 잘 못잤다. 3일차엔 산책만 2회 하고 집에서 졸면서 가볍게 책만 읽다 잤다가 했다. 전날의 무리에 대한 반동인지, 20시쯤엔 졸음이 극에 달해 빌빌거리다가 언젠가 잠들었다.
3주차 목표는 일상을 되찾는 것이다. 운동 강도도 한 40대 일반인 정도로는 회복시킨다. 낮잠도 점심식사 후 남는 시간 이외엔 다 제거한다. 운동 강도를 늘리기 때문에 오전엔 가벼운 활동만 자유롭게 하고, 점심 식후에 공부도 넣었다. 공부할 것은 Rust 커널이다. 관련 입문서를 예전에 샀었는데, 생각만 해도 기대된다.
4주차 목표는 실제 회사 생활에 준하는 활동에 적응하는 것이다. 실제 통근에 걸리는 시간 만큼 산책을 하고, 공부도 실제 근무시간 만큼 한다. Rust 커널을 이 때 1회독 끝낼 것 같다. 만약 생각보다 빨리 끝나면 추가로 뭘 더 꺼내진 않고, 커널을 써먹을 수 있는 간단한걸 하나 만들어 볼 생각이다.